일상과 사물을 다시 정성스레 가꿔보고 싶어질 때

Author:
Minji Kim
Published:
August 16, 2026
Category:
Living

시간과 취향이 정갈하게 쌓인 타인의 삶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일상으로 시선이 돌아오곤 합니다.

내가 머무는 방의 작은 코너를 새로이 정돈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입어온 옷의 단추를 고쳐 달거나, 매일 손끝에 닿는 사물 하나도 조금 더 다정하게 다뤄보고 싶어지는 마음 말입니다.

남을 좇기 위함이 아니라, 내 삶의 결을 한층 깊이 있게 다듬어가는 일.

정형화된 공식을 벗어나 저마다의 고집스러운 철학으로 일상을 가꾸는 이들의 기록. 매일의 아침과 저녁에 기분 좋은 의욕을 더하고 싶어질 때, 디애틱이 꺼내보는 영상 6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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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garet Howell — 50년 동안 이어져 온 디자인과 옷을 대하는 정직한 태도

MH50 - 50 YEARS OF DESIGN

Margaret Howell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마가렛 호웰이 브랜드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 인터뷰 영상은 화려한 패션쇼나 과장된 연출 대신, 한 사람이 옷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지막이 풀어냅니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정원을 가꾸던 아버지의 오래된 코트에서 느껴지던 연하고 부드러운 면 소재의 감촉, 정성스럽게 패턴을 뜨고 버튼홀을 하나씩 뚫어가며 첫 셔츠를 만들던 작은 다락방 작업실의 기억. 과도하게 참신한 것을 좇기보다 실용적이고 단정한 사물을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가꿔나가는 그녀의 덤덤한 철학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연스러운 해리스 트위드와 코듀로이, 부드러운 캐시미어 원단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일 우리가 입고 쓸어내리는 옷 한 벌, 작은 소지품 하나도 다시금 정성스레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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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감상하기 좋은 또 다른 영상(A Working Space)은 런던 위그모어 스트리트에 위치한 그녀의 스튜디오 겸 매장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이 아닌, 한 지붕 아래에서 원단을 가다듬고, 핏을 조절하며, 손수 포장하고 정원을 쓸어내는 모든 일상이 살아 숨 쉬는 '일터'로서의 공간을 보여줍니다.

사물 하나, 공간 한 뼘을 정성스레 다루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내 일상과 일터를 다시금 정갈하게 다듬고 싶은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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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Modern House & Inigo — 48년간 채워진 어느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스튜디오

Tour the Art-Filled Home/Studio this Textile Designer has RENTED for 48 Years

The Modern House & Inigo

영국의 감각적인 건축물과 역사적인 주거 공간을 전문으로 다루는 'The Modern House&Inigo' 채널은, 건축적 가치를 넘어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한 공간 소개를 넘어 세월과 사물의 레이어를 가장 정갈하게 담아내는 채널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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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 디자이너 폴린 콜필드(Pauline Caulfield)가 무려 4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임대해 살아온 런던 북부에 있는 집이자 스튜디오를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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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나를 지배하게 둘 필요는 없다"며 정원을 다듬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소중한 기억과 사물들을 정성스레 배열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 오랫동안 사물과 함께 늙어가며 공간에 삶의 결을 입히는 일의 진짜 아름다움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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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남편이자 화가였던 패트릭 콜필드가 장인어른에게 선물했던 크리스마스 판화는 지금 보아도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피스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폴린의 집에는 '이야기가 담긴 사물들'이 오롯이 레이어되어 있습니다.

흔히 보이는 매끄럽고 완벽한 인테리어 공사 대신, 반세기 동안 직접 작업해 온 대형 원단들, 손때 묻어 묵직하게 길들여진 작업대, 수집해 온 미술품과 오랫동안 사물과 함께 늙어가며 공간에 삶의 결을 입히는 일의 진짜 아름다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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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rittany Bathgate — 긴 호흡으로 함께하는 고요한 일상의 아카이브

Secondhand Favourites, Time at Home & Heatwave Heroes | VLOG

Brittany Bath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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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미니멀리스트 브리트니 배스게이트의 채널은 50분이 넘는 긴 호흡의 브이로그를 선보입니다.

별도의 배경음악 없이 정원의 새소리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채워지는 영상은 라디오처럼 편안하게 틀어두기 좋습니다.

옷의 기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선소에 찾아가 밀리미터 단위로 핏을 다듬고, 여름 폭염 속에서 정원의 식물들을 돌보며,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빈티지 의류와 소지품을 차분히 풀어내는 그녀의 일상.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이미 가진 사물과 공간을 정성스레 가꿔나가는 태도가 기분 좋은 영감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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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ouse & Garden — 디자이너의 일상과 공간, 브랜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Inside Cath Kidston’s Art-Filled Notting Hill Terrace | Design Notes

House & Garden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House & Garden' 채널에서 선보인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창립자의 런던 놋팅힐 테라스 하우스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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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린 시절 애용했던 물건 중 일부가 캐스 키드슨이었고, 지금도 중학생때 구매한 캐스 키드슨의 우산을 여전히 곁에 두고 사용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더욱 반갑게 다가온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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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코지한 무드, 그리고 디자이너가 실제 살아가는 집의 결이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모습과 거짓 없이 똑같아 보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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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 키드슨의 시작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초기 원단 사업을 준비하던 중 공장의 오해로 대량의 아동용 이불커버가 잘못 배송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재고를 살리기 위해 이를 직접 잘라 앞치마와 소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던 것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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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늘 말하는 "가장 좋은 디자인과 시작은 행복한 우연(Happy accident)에서 나온다"는 철학이 완성된 순간입니다.

영상 속 노팅힐 집은 브랜드의 따스한 정서와 디자이너 본인의 삶이 완벽하게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벼룩시장에서 모아온 빈티지 프레임, 따스한 목재 가구와 다채로운 미술품, 정성스레 가꾼 식물들이 정갈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한 사람이 지닌 취향과 일상의 결이 어떻게 브랜드 전체의 아이덴티티로 피어났는지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깊습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기억하고 모아두는 일, 그리고 그것들로 내 자리를 채워 넣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정성껏 가꾸는 일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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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커다란 공간이 여의치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과 그 속 파우치에 물건을 차곡차곡 담아두는 나만의 순서, 파우치마다 정돈된 소지품들, 외출할 때 잊지 않고 챙기는 작은 목걸이나 핸드크림 같은 것들.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가치와 태도를 갖추어 나갈 때, 조금 지치는 날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묵묵히 지탱해 주는 작고 단단한 힘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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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ed Threads — 책과 수집품으로 채워진 빅토리아 테라스 하우스

Lizzy Hadfield’s Hackney Terrace Is a Book-Lover’s Dream

Bed Th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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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린넨 베딩 브랜드 'Bed Threads'의 공식 채널은 창작자들의 정갈한 주거 공간과 아늑한 삶의 감도를 담아내는 아카이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런던 해크니의 고즈넉한 빅토리아 양식 주택에 머무는 리지 해드필드(Lizzy Hadfield)의 집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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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인 그녀답게 이중 거실 전체를 가득 채운 책장, 따뜻한 오후 햇살이 차분하게 들어오는 침실까지, 자신이 진심으로 애정하는 수집품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공간이 주는 특유의 온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영상 속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랫동안 모아두셨던 90년대 영수증과 작은 메모들을 커다란 프레임에 담아 벽에 걸어둔 콜라주 액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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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서랍이나 상자 깊은 곳에 묵혀두는 대신, 커다란 액자에 정성스레 수집해 매일 눈길이 닿는 아름다운 인테리어 오브제로 곁에 두는 방식.

사랑하는 이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는 그녀만의 참신하고 우아한 태도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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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e Sunday Times Style — 인테리어 저널리스트의 취향이 집약된 작지만 정제된 공간

How an Interiors Journalist Made Her Small Flat Feel Considered and Sophisticated

The Sunday Times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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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Sunday Times Style의 인테리어/뷰티 디렉터인 피비 맥돌(Phoebe McDowell)의 런던 소형 아파트를 조명하는 영상입니다.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과감한 컬러 톤을 설정하고, 물려받은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의 클래식 가구와 빈티지 시장에서 수집한 오브제, 조명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고심해서 공간을 완성해 나간 과정이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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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고 딱딱한 모델하우스의 모습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일상의 편안한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살림을 정돈하는 그녀의 다정한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작은 집이라도 타인의 섬세한 취향과 삶에 대한 애정으로 채워진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 자리로 돌아와 내 일상을 다시금 정갈하게 다듬고 싶은 기분 좋은 자극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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